인도인들은 대출을 어떻게 신청할까?

더 쉽고 빠른 대출을 위해 현지에서 고객을 만나 프로덕트를 개선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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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2, 2025
인도인들은 대출을 어떻게 신청할까?

안녕하세요, 밸런스히어로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Chloe입니다. 입사 후 처음으로 인도 구르가온 현장을 방문해, 고객을 직접 만나고 그 목소리를 바탕으로 프로덕트를 개선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매일 평균 10만 명 이상의 고객이 대출 심사를 받기 위해 트루밸런스를 통해 대출을 신청합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이 입력하는 대출 목적, 교육 수준, 주거 형태 등의 정보는 단순한 수집을 넘어, 대출 심사와 ACS(대안 신용 평가 시스템)에 활용되는 중요한 정보이며, 밸런스히어로에서는 이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을 ‘설문(Survey)’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오랜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설문 항목이 추가·수정되면서, 사용성 측면에서 기존 UX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해당 퍼널에서 상당수가 이탈하고 있었기에 우리 팀은 인도 현지를 방문해 고객을 관찰하고 리서치를 진행하여 설문을 개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도의 소액 대출 조건

인도 디지털 소액대출신청 과정에서 주로 수집하는 사용자 정보는 연소득, 직장정보, 주거형태 등 한국의 대출서비스와 같이 비슷한 항목도 있지만, 한국과는 다른 조금 색다른 내용들도 포함됩니다.

인도중앙은행인 RBI(Reserve Bank of India)에서는 저소득층의 과도한 대출 및 부채를 방지하기 위해 가족 소득기준 월 25,000루피(한화 약 42만원) 이상인 경우에게만 대출을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트루밸런스도 설문 과정에서 대출신청자의 월소득 정보를 입력받을때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에서는 대출 신청과정에서 가족 연락처를 수집하는게 일반적인데요, 인도는 한국보다 비교적 가족 중심의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대출 신청자 본인 가족의 연락처를 제공한다는 것은 가족과 대출 문제를 공유할 정도로 신뢰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어 신용도 평가에 긍정적 요소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대출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출 이해도(Loan Literacy)’ 는 직접적인 신용도 평가 항목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자계산을 잘못하거나 상환일을 잊으면 연체로 이어지거나 신용점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과도하게 대출을 신청할 경우 부채가 과다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도 내 대출기관이나 핀테크 업체들은 고객이 EMI(Equated Monthly Installment, 월 균등 상환금)의 개념을 알고있는지 질문하거나 고객의 교육 수준 등으로 대출에 대한 이해도를 간접적으로 측정하고 있습니다.

인도인들에게 소액 대출이 필요한 이유

트루밸런스 고객이 대출을 실행하는 주된 목적은 무엇일까요? 교육비, 사업자금마련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특히 갑작스러운 의료비 지출로 인해 급히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소액대출을 찾습니다. 인도에는 공공 의료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14억 인구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긴급하게 의료비가 부담되는 상황에서 즉시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월급날 전 생활비가 부족한 경우 급전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신속하고 간편한 대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이처럼 대출이 필요한 상황은 많은 경우 긴박한 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청 과정의 단순함과 신속함은 프로덕트의 핵심 경쟁력이 됩니다. 우리 팀은 고객들이 신청 과정에서 복잡함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쉽고 빠르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자 했습니다.

첫번째 설문은 ‘대출의 목적’을 묻는 질문이었는데요. 기존에는 17가지 응답 항목이 텍스트로만 나열되어 있었기에 한눈에 내용을 파악하고 선택하기에 다소 어려웠습니다. 특히 다양한 교육 수준을 지닌 인도 고객들에게는 설문 전체의 진입장벽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부스에서 고객이 스마트폰을 보며 아이콘을 선택하는 모습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시각적 정보가 이해를 돕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하고 아이콘을 활용한 표현 방식을 도입해보기로 했습니다. 대출 목적별로 다섯 가지 각기 다른 아이콘을 제작한 후, 트루밸런스 오프라인 부스 현장에서 실제 타겟 고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아이콘을 보여주고 여섯 명의 고객 피드백을 수집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감사하게도 주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힌디어를 통역 도움을 주셔서 덕분에 고객 의견을 원활하게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상징’보다는 ‘직관’

우리 고객들은 아이콘 중에서도 의미가 직관적으로 와닿는 아이콘을 선호했습니다 가령, 결혼을 ‘상징’하는 결혼반지보다는 신랑과 신부가 예복을 입고 나란히 서있는 아이콘을 ‘Wedding/Event’이라는 목적과 더 쉽게 연결하였습니다. 또한 ‘여행’은 휴식을 추상적으로 상징하는 야자수나 지도보다는, 멀리있는 고향에 갈때 타는 국내선 비행기나 인도에서 핵심적인 장거리 교통수단인 기차로 구성된 직관적인 아이콘을 더 선호했습니다.

다만 ‘Salary Delay(급여 지연)’와 같이  ‘돈’ ‘받는다’ ‘지연된다’ ‘경고’ ‘시간’이라는 개념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경우에는 다양한 선택지중에 다수의 고객이 고른 아이콘을 최종적으로 화면에 적용했습니다.

이후 오피스에서 여섯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사용성 테스트(Usability test)를 실시했습니다. 인도 방문 전에는 한국에서 유저 리서처와 함께 궁금했던 내용을 질문지로 준비했고, 현지 언어에 능통한 모더레이터의 지원을 받아 테스트를 수행했습니다. 테스트 환경에 너무 많은 관찰자가 참여할 경우 고객이 갖게될 심리적 부담을 고려해서 모더레이터와 유저리서처 외의 관찰자들은 따로 Observation room에 모여 고객이 프로덕트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하였습니다. 카메라와 거치대를 설치하여 고객의 표정 및 손으로 앱 화면을 사용하는 모습을 송출하고 각자의 관찰점과 인사이트를 스프레드 시트에 작성하여 의견을 공유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일상의 대화는 힌디어로, 그러나 앱은 영어로 사용할래!

인도에는 14억 인구의 다양성만큼 언어도 다양한데요, 실질적으로는 약 120여개의 주요 언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고 공식적인 언어로 힌디어(Hindi)와 보조 공식언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중에 우리 고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는 힌디어입니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관찰하며 발견한점은, 고객의 스마트폰 언어설정이 ‘영어’로 되어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용성테스트를 진행한 여섯명의 고객 중 한명 외에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보다는 쉬운 단어 위주로만 이해할 수 있었는데, 본인에게 더 친근하고 편한 힌디어가 아닌 영어로 앱을 사용하는 모습이 저희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대화를 통해 알게된 진짜 이유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더 똑똑하고 스마트해보이기 때문에 다소 불편하더라도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스마트폰 및 앱서비스를 영어로 사용중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출이나 금융앱의 경우,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금융용어로 이루어져있기에 영어로 된 표현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거나 명확한 뜻을 알기에 어려운 경우가 있을텐데, 우리 고객들은 어떻게 정보를 이해하고 대출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

대출신청 과정에서 고객이 화면을 이해하는 방법 예시

그때 고객이 선택한 방법은 ‘화면을 캡쳐해서 번역기로 해석해보는 것’이었습니다. 금융용어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답변해야되는 경우나 화면에서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 구글번역기를 통해 언어를 해석하여 정보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힌디어가 영어보다 편하지만 앱서비스를 사용할때는 영어를 사용한다는 점, 그와 동시에 영어가 고객에게 언어의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우리는 질문내용에 영어 및 힌디어를 병기하여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Tip! 인도의 남부/북부 고객별 금융용어 이해도를 정리한 아티클이 있으니,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고싶다면 참고해보세요.

고객의 진짜 목소리를 들었을 때 일어나는 일

우리가 만든 프로덕트가 고객에게 닿고 실제로 사용되기까지, 이번처럼 고객을 직접 만나 관찰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알기 어려운 값진 발견이었습니다. 

고객에게 대출이 꼭 필요한 순간에 트루밸런스를 통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고 정확한 내용을 기반으로 프로덕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비즈니스 성과와 고객 만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글에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측면에서의 인사이트 및 UX 방법론을 함께 반영한 결과 설문 퍼널 이탈율을 기존 평균 20%에서 5%로, 15%p 감소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고객이 대출 신청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오해하지 않고 명확하게 이해한 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설문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오프라인 부스에서, 그리고 오피스로 초대해서 고객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인도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던것은 물론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우리 고객과 고객의 삶을 더 알고싶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더욱 커졌습니다. 또한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유저리서처가 사용성테스트를 설계하고 질문지를 준비하면서, 이번 리서치는 앞으로의 테스트 준비를 위한 사전 기준을 마련하는 초석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인도’라는 다소 생소하고 낯선 시장에서도, 고객이 정말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프로덕트를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과제임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이 성과를 전사 월간 리뷰에서 공유하였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프로덕트를 설계하는 것이 단순히 고객만족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성과로까지 연결된다”는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에게 최고의 프로덕트를 제공하겠다는 목표와 ‘Finance for All’이라는 미션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밸런스히어로의 행보를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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