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재무회계 여정: K-GAAP에서 K-IFRS로 전환하기

투자 유치·IPO·글로벌 진출 대비, 스타트업 회계기준 전환의 전략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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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15, 2025
스타트업의 재무회계 여정: K-GAAP에서 K-IFRS로 전환하기

성장하는 스타트업에게 재무회계는 피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회계처리와 비용 효율성이 우선되지만,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고 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상장(IPO)을 준비하거나, 대규모 투자유치, 또는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게 되면 더 정교하고 복잡한 회계 기준을 따를 필요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회계기준의 전환, 즉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에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의 전환이 있습니다.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은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계된 단순하고 보수적인 회계기준으로, 세무와의 일치성이 높아 실무적으로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IFRS를 바탕으로 하며, 투자자 중심의 정보 제공과 공정가치 평가를 중시합니다. 판단과 추정이 많이 개입되는 만큼 복잡하지만, 그만큼 글로벌 투자자와의 신뢰 형성과 국제적 비교 가능성이라는 강점을 갖습니다.

결국 이 두 기준의 차이는 단순한 회계 방식의 차원을 넘어, 기업의 성장 전략과 외부 신뢰 확보에 직결되는 중요한 선택입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언제, 왜 K-GAAP에서 K-IFRS로 전환해야 하는지, 그 의미와 준비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 전환 과정을 실제 예시와 함께 쉽고 실무적으로 풀어 설명하고자 합니다.

 

1. 왜 회계기준을 변경해야 하나요?

많은 스타트업은 설립 초기 회계기준으로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합니다. 이 기준은 국제회계기준에 비해 복잡성이 낮고, 도입 비용도 적기 때문에 비상장 기업에 보다 현실적인 회계처리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스타트업이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경우, 일반기업회계기준 안에서도 중소기업특례를 함께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중소기업이 회계기준을 따를 때 일부 항목에 대해 보다 간단하고 유연하게 회계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된 특례 규정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런 회계기준이 초기 스타트업에는 잘 맞지만, 기업이 성장을 하면서 회계기준 전환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 찾아옵니다. 대표적인 전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투자 유치 및 IPO 준비 

투자자들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회계 정보를 선호하며, 상장을 준비할 경우 반드시 K-IFRS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또는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상장예비심사 청구 시점에 K-IFRS 기준의 재무제표 제출이 요구되므로 조기 전환이 중요합니다.  

  • 투명한 재무정보 제공

K-IFRS는 기업의 자산이나 실적을 시장 상황에 맞게 반영하고, 중요한 재무정보를 더 자세히 공개하도록 요구합니다. 그만큼 기업의 실질적인 재무 상태를 투명하고 신뢰있게 보여줄 수 있어, 투자자나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습니다. 

2. K-GAAP vs K-IFRS – 대표적인 차이(예시)

K-IFRS로 전환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바뀌는 걸까요? 아래에서 실무에서 자주 마주치는 항목들을 비교해 설명드리겠습니다.

1) 매출 인식 – “돈을 벌었다고 바로 매출로 잡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고객과 1년짜리 1억 원 구독 계약을 맺었다고 해봅시다.

  • K-GAAP에서도 이런 구독 계약은 1년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이므로, 매달 나눠서 매출을 인식해야 합니다. 다만, 적용 범위가 단순하고 판단 기준도 제한적이어서, 경우에 따라 일시 인식이 가능한 계약도 존재합니다.

  • K-IFRS에서는 훨씬 더 엄격하게 “계약상 수행의무” 이행 정도에 따라 매출을 인식합니다. 즉, 구독 계약뿐 아니라 SaaS, 라이선스, 장기 용역계약 등 다양한 계약에서 기간 안분 인식이 사실상 기본 원칙이 됩니다.

→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회사가 매달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있구나”라는 신뢰가 생깁니다. 단기 성과는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방식이죠.

2) 리스(임대) - “월세만 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사무실을 임차해 쓰죠.

  • K-GAAP에서는 임차료를 단순히 매달 비용으로만 기록합니다.

  • K-IFRS에서는 다릅니다. 임차한 사무실도 ‘내가 빌려 쓴 자산’으로 잡고, 동시에 ‘미래에 내야 할 부채’도 기록합니다.

→ 즉, 재무제표에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늘어나는 효과가 생깁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단순한 월세 지출이 아니라, 회사가 어떤 규모의 공간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3) RCPS - “투자금이 자본일까, 부채일까?”

스타트업이 자주 활용하는 투자 방식이 상환전환우선주(RCPS)입니다. 투자자가 나중에 돈으로 돌려받거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특별한 주식이죠.

  • K-GAAP에서는 보통 이런 RCPS를 자본으로 처리합니다.

  • K-IFRS에서는 조건에 따라 부채로 잡히기도 합니다.

→ 투자자가 준 돈이 회계상으로는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기록되면, 갑자기 회사의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위험을 좀 더 명확히 볼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4) 스톡옵션 - “직원 보상도 비용으로 잡아야 한다”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건 흔한 스타트업 문화입니다.

  • K-GAAP에서는 스톡옵션을 부여해도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직원이 실제로 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손익계산서에 비용은 잡히지 않고, 자본 항목만 변동됩니다.

  • K-IFRS에서는 옵션을 부여한 시점부터 그 가치를 계산해 매년 비용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 그 결과 재무제표에는 비용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회사가 인재 확보를 위해 어떤 보상을 제공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게 됩니다.

3. 성공적 전환을 위한 사전 체크리스트

회계기준 전환은 단순한 회계팀 업무 변경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전사적 변화 프로젝트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환을 시작하기 전에 다음 요소들을 면밀히 점검해야 이후 일정 지연·비용 초과·품질 저하를 막을 수 있습니다.

1) 내부 리소스와 인력 역량

💡왜 중요한가?

  • K-IFRS 전환 과정에서는 기존 장부 작성과는 다른 판단·추정·공정가치 평가 등이 필요합니다.

  • 특히 수익 인식, 금융상품, 파생상품, 스톡옵션 등은 단순 회계처리가 아닌 해석·추정 능력이 요구됩니다.

  • 내부적으로 이를 수행할 경험이 없다면, 전환 불가능하거나 기간이 길어지고 오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점검 포인트

  • 회계팀의 K-IFRS 적용 경험 여부

  • 데이터 분석·재작성 능력 보유 여부

  • 프로젝트 관리·부서 간 협업 경험

💡실무 팁

  • 내부 인력 역량이 부족하면, 조기부터 외부 전문가(회계법인)를 병행 투입하는 것이 장기 비용 절감에 유리합니다.

2) 외부 전문가 활용 계획

💡왜 중요한가?

  • 전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외부 전문가가 필요한 분야가 있습니다.
    예) RCPS·전환사채의 공정가치 평가, 스톡옵션 가치 산정, 퇴직급여 충당부채의 보험수리적 평가 등

  • 이를 간과하면 보고서 제출 직전에 촉박하게 외부 용역을 진행하게 되어 품질 저하·비용 상승 위험이 큽니다.

💡점검 포인트

  • 어떤 평가·자문 분야가 필요한지 미리 식별

  • 외부기관 선정 및 계약 시점 계획

  • 일정에 맞춘 자료 준비 여부

💡실무 팁

  • 외부 전문가를 선정하기 전, 감사인과 평가 방법·가정·범위에 대해 사전 협의하세요.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재평가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 감사인이 과거에 인정했던 방식이나 업계 표준 사례를 참고하면, 결과 수용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3) 전환 일정 관리

💡왜 중요한가?
K-IFRS 전환은 최소 3개월~6개월 이상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기업 상황에 따라 더 길어질 수 있음). 특히 상장(IPO) 준비나 외부 투자 유치가 예정된 기업은 감사 및 공시 마감일을 반드시 지켜야 하므로, 마감일로부터 역산해 최소 6개월 전에는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전환이 회계감사 일정보다 늦어지면 감사보고서 발행이 지연되고,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투자 계약 체결 지연 또는 무효화

  • 상장예비심사 청구 지연

  • 금융감독원/거래소 보고 지연에 따른 법적·신뢰 리스크
    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점검 포인트

  • 과거 재무제표 재작성에 필요한 기간을 충분히 확보했는지

  • 감사인과 사전 협의를 통해 마감일을 기준으로 역산한 상세 일정을 수립했는지

💡실무 팁

  • 프로젝트 착수 시 감사보고서 발행 목표일을 먼저 확정하고, 역으로 세부 일정을 설계하세요.

  • 병행 기간에는 기존 회계 업무와 전환 작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므로,
    인력·예산은 평상시 대비 1.5~2배 수준으로 계획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4. 전환 프로세스 

K-IFRS 전환은 단순히 장부 형식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회사의 재무보고 체계를 새로 세우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시작 단계에서는 먼저 전환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IPO 준비인지, 투자 유치인지, 혹은 단순히 연결재무제표 작성 의무 때문인지에 따라 적용 시점과 방식이 달라집니다. 이 과정에서 회계·재무, IT, IR, 경영진이 모두 참여하는 전담 TF를 구성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회계기준 전환은 단순한 장부 형식의 변경이 아니라, 기업의 재무 언어와 경영 메시지를 새롭게 정의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입니다. 이는 투자자와 시장에 보내는 신뢰의 신호이며, 기업의 성장 방향과 속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K-GAAP과 K-IFRS의 차이를 이해하는 일은 단순한 기술적 학습을 넘어, 숫자 속에 담긴 경영 판단과 전략을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준비의 깊이와 실행의 완성도가 곧 재무정보의 품질을 결정하고, 이는 다시 기업가치와 직결됩니다. 전환은 복잡하지만, 올바른 계획과 치밀한 실행을 통해 기업은 더 넓은 자본시장과 투명한 신뢰 기반 위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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