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유저들이 이해하는 금융 용어 (2)

데이터(Data)가 모바일 데이터가 아니라 내 정보를 물어보는 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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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31, 2025
인도 유저들이 이해하는 금융 용어 (2)

앞선 글에서 기존 유저들의 경우 실제로 대출 횟수는 2-3회 이상인 재대출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대출을 받는 프로세스는 관성적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대출을 받기 위한 프로세스에서 사용된 단어들의 경우 저희 앱을 쓰는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 해당 페이지의 목적을 이해할 수 없거나 오해하는 상황, 유저 입장에서 베네핏을 적어뒀음에도 전달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자주 관찰됐습니다.

유저들이 이해하지 못한 주요 단어와 문장

유저들이 앱 내에서 이해를 못 하는 단어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로는 아래 세 가지 경우로 구분 지어봤습니다.

  1. 잘못된 의도 전달로 인한 오해

  2. 주요 유저 퍼소나에게 생소한 단어

  3. 전문 대출 용어로 인한 직관적 이해 어려움

각 케이스 별로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면

1) 잘못된 의도 전달로 인한 오해

해당 화면은 유저 신용평가를 위해 은행명세서(Bank Statement) 제출 또는 디바이스 정보(Device Data)에 대한 동의가 필요한 화면입니다. 그러나 남부와 북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유저들이 "디바이스 데이터"라는 표현을 보고 모바일 인터넷 데이터로 오해하며 화면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IT 업계에서는 특정 정보를 언급할 때 "데이터"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실제 유저들은 "데이터"라는 표현을 보고 정보를 떠올리기보다는 모바일 인터넷 데이터로 오해하고, 모바일 데이터에 대한 승인을 요청한다고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유저들에게 화면의 의미를 설명해 주면서 “당신이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어떤 단어로 바꾸시겠나요?”라고 묻자, 유저들은 "Mobile Details", "Mobile Information", "Device Details"와 같은 중의적 해석이 적고, 쉽고 직관적인 단어를 제안했습니다.

두 번째 케이스는 “VIP(Very Important Person) Only”라는 문구입니다.

아래 화면에서는 앱 내에서 서비스하는 대출기간을 12개월까지 늘려서 제공함과 동시에 유저들에게 VIP Only라는 단어로 해당 옵션을 강조하면서 해당 화면을 본 유저들이 12개월 조건에 대해서 본인을 위한 특별한 혜택으로 느낄 수 있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VIP가 우리 고객을 위한 혜택처럼 인식되길 원했던 저희의 의도와는 다르게, 몇몇 유저들은 VIP Only라고 적힌 12개월 옵션이 본인을 위한 옵션이 아닌 고소득 근로자를 위한 옵션으로 생각한다거나, 본인은 애초에 VIP가 아닌 거 같다는 느낌, 혼란스럽다는 피드백을 줬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러한 배경에는 인도에서 VIP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은데요. 인도에서는 대부분 정치인이나 정부관계자, 어떤 단체의 리더, 매우 유명한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되기 때문에 유저들이 스스로가 VIP라고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유저들은 오히려 본인도 해당 12개월 오퍼(Offer)에 해당되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기 위해서 For you, For anyone 등과 같은 좀 더 콕 집어서 이야기해 주는 문구를 선호하는 듯했습니다.

2) 주요 유저 퍼소나에게 생소한 단어

저희 앱 유저들이 대부분 재대출 유저이기 때문에 모바일 대출에 익숙한 유저라고 강조했었는데요, 인도에서 대출앱을 통해 대출을 받는 유저들의 경우에는 영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유저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이들은 상대적으로 금융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어려운 영어 이해도가 떨어졌습니다.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유저들이 "Analysis(분석)"라는 영어 단어를 처음 접했다고 말하며, 홈스크린에 배치된 해당 카드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Analysis"와 같은 어려운 단어보다는 "Check", "Review"와 같은 간단하고 직관적인 단어로 변경된다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습니다.

왜 유저들은 결국 영어를 선택할까?

이쯤에서, 그렇다면 유저들이 익숙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지, 왜 영어로 제공하냐는 의문을 가지게 된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하자면, 유저들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어에 영어를 섞어서 문장을 구성하는 데에 익숙합니다. 따라서 힌디나 다른 지역 언어를 선택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어려운 한자 단어를 보는 것처럼 익숙하지 않은 힌디 단어들이 등장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유저들은 언어 선택 시 옵션이 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어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통해 앱에서는 영어를 우선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를 통해 보면, 저희 앱에서 75% 정도는 영어를, 20%는 힌디를 선택해 대부분의 유저들이 영어로 설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앱은 유저들이 영어로 앱을 설정하고 쉬운 어휘를 사용하다 보니 영어로 제공되어도 큰 무리가 없지만, 대출 관련 문서와 같이 정밀한 정보 전달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저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계약서와 같은 중요한 부분에서 다양한 언어를 제공하려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전문 대출 용어로 인한 직관적 이해 어려움

대출 관련 용어 중 '대출원금(Principal Amount)'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데, 모든 유저가 전문 대출 용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 이를 상환해야 하는 금액(Repayment Amount)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유저들이 겪는 주요 문제점 정리

정리하자면 지금까지 유저들이 전체 퍼널(Funnel)에서 잘 이해하지 못했던 문구에 대해 케이스를 나눠서 살펴보았는데, 정리해 보자면 현재 앱 내에서 유저들은 아래와 같은 문제점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1. 화면 이해도 부족: 유저들이 화면에 사용된 단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로 인해 화면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2. 금융 및 영어 용어 이해도: 대부분 재대출 경험이 있는 유저들이었지만, 금융 및 영어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습니다. 'Mandatory'와 'Compulsory'와 같은 ‘필수적인’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에서 남부와 북부 유저 간의 이해도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금융 용어에 대해 스스로 8점 이상의 이해도를 평가했으나, 실제 테스트 결과는 예상보다 낮았습니다.

  3. 명확한 단어 선호: 유저들은 어려운 단어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꿔달라고 요청하며, 직관적이고 쉬운 영어 단어로 변경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복잡한 금융 용어보다는 간단하고 명확한 단어 사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4. 넛지 효과 부족: 화면에 'VIP Only', 'Fast Disbursal' 등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의도된 행동 유도가 어려운 경우가 있었습니다. 넛지 효과를 강화하려면 단어 선택과 표현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서치 중 유저들이 제시한 단어들을 모두 즉시 채택하고 일괄적으로 변경하기보다는, 유저들이 실제로 어려워하거나 오해할 가능성이 높은 단어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리서치를 통해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이후 화면 개편 시 유저 피드백을 반영하여 UX 라이팅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아갈 예정입니다.

특히 신규 화면이나 개선된 화면에 사용할 UX 라이팅은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하되, A/B 테스트를 통해 가장 유저 친화적인 표현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반영할 계획입니다.

이번 리서치를 통해 유저 친화적이고 효과적인 UX 라이팅의 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었고, 현재 릴리즈에서 발견된 약점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문서화하는 동시에, 일부 개선점을 시도해 볼 수 있었습니다. 발견된 문제를 논의하고 심각도를 평가하며, 즉시 해결 가능한 작업과 향후 개선을 위한 과제를 분류함으로써, 앱 UX의 점진적 개선과 다음 버전 설계를 위한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리서치에서 발견된 인사이트가 어떻게 앱에 반영되었는지 공유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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