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UX

한국인 디자이너의 시점에서 느낀 인도 사용자의 문화적 · 환경적 특성을 프로덕트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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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4, 2025
다름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UX

안녕하세요. 저는 트루밸런스의 대출 프로덕트를 디자인하고 있는 Judy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인도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요.
바로 “익숙한 기준으로 디자인하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용자의 진짜 필요를 놓치기 쉽다”는 것입니다.

특히, 인도처럼 한국과 문화와 환경이 전혀 다른 나라일수록 그 차이는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한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인도에서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거나, 한국 사용자들에게는 효과적이었던 경험이 인도 사용자들에게는 오히려 불편한 부분이 될 수도 있었는데요.

이 글에서는 한국과 인도의 문화적 · 환경적 차이를 중심으로 한국인 디자이너로서 인도 사용자들을 만나면서 얻게된 인사이트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프로덕트에 녹여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 단일 vs 🇮🇳 다양성

두 나라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언어일텐데요.
한국은 단일 언어인 한국어와 단일 문자인 한글을 사용하며, 체계적인 의무교육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문맹률을 자랑하죠.
이 덕분에 거의 모든 한국 사용자가 텍스트를 통해 명확히 정보를 이해할 수 있으며, 텍스트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매우 익숙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출 승인 완료’라는 간단한 메시지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대출 상태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죠.

하지만, 인도는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인도는 22개의 공용어와 1,6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는 다언어 국가로, 사용자들 간에 사용하는 언어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즉, 인도에서는 하나의 메시지가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하게 이해될지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한국보다 33배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로, 사회적 · 경제적 다양성도 아주 큽니다.
이로 인해 지역마다 교육 수준과 디지털 리터러시가 크게 다를 수 밖에 없는데요.
이러한 다양성은 단순히 사용자 간 격차로만 볼 것이 아니라, 포용적인 설계를 위한 기회로 접근할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텍스트 위주 또는 특정 언어 중심의 정보 전달 방식은 일부 사용자들에게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하고,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요소를 통해 정보전달력을 보완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아이콘, 색상, 애니메이션 등 시각적 요소를 활용하면
텍스트를 읽지 않더라도 정보를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사용자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빨리빨리 vs 🇮🇳 느긋느긋

시간에 대한 인식에서도 한국과 인도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먼저 한국인의 특징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바로 ‘빨리빨리’죠.
급격한 산업 발전과 뚜렷한 사계절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이러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형성했는데요.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었던 한국 사회에서는
빠른 속도와 효율이 곧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UX 관점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한국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신속한 프로세스와 즉각적인 피드백이 필수로 요구되고 있습니다.

반면, 인도의 시간은 조금 더 느긋~하게 흐릅니다.
‘IST(Indian Standard Time)’라는 공식 용어가 있지만, 농담 삼아 ‘Indian Stretchable Time(늘어나는 시간)’이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한다는데요.
이는 인도 특유의 여유롭고 유연한 시간 개념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도 인도인의 이러한 특징을 경험해볼 수 있었던 사례가 있었는데요.
과거 한 사용성 테스트에서 대출 신청 전 “2분 안에 대출 승인이 완료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사용자 반응을 관찰한 적이 있었습니다.
재밌게도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그 메세지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실제로는 20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반응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인도의 유연한 시간 개념이 트루밸런스의 사용자 인식에도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죠.

그러나 인도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시간 약속에 대해 엄격하지 않다고 해서, 지연 상황이 반복되거나 방치한다면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겠죠.
따라서 상황을 투명하게 전달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는데요.

신속함을 강조하기보다는 현재 진행 상황을 시각적으로 제공하고, 사용자가 다음에 해야 할 행동을 명확히 안내하는 데 집중했고,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사용성 향상에 있어 핵심 요소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안정적 vs 🇮🇳 예측 불가능

마지막은 인터넷 환경의 차이입니다.
한국은 도시든 시골이든 초고속 인터넷 연결이 지원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은 일상에서 당연한 기본으로 여겨집니다.

반면, 인도의 인터넷 환경은 지역마다 큰 격차가 존재합니다.
특히 농촌이나 외곽 지역에서는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고, 심지어 도시에서도 갑작스러운 정전이나 네트워크 과부하로 연결이 끊기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페이지 로딩에 수십 초가 걸리거나, 여러번 시도를 했음에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은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죠.

이처럼 인터넷 연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존하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유연한 사용 경험이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연결이 끊겨도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거나, 인터넷 연결이 필요하지 않은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사용자들에게 큰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

즉, 인도 사용자들을 위한 UX 설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자가 중단 없이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면,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두 나라의 공통점

이렇듯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는 문화적 · 환경적 차이로 인해 한국과 인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도 있습니다.
바로 간단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그리고 보안과 신뢰성입니다.

복잡한 과정을 줄이고 직관적으로 설계된 인터페이스는 사용자로 하여금 서비스를 더 쉽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여 원하는 목표에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죠.

실제로 아직 인도 사용자들 중 상당수는 금융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에 속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화면 내 인터페이스가 복잡하거나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형태라면 사용자들은 혼란을 느끼고 서비스에 대한 신뢰마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즉, 쉬운 인터페이스와 직관적인 정보 제공은 문화를 막론하고 UX 설계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된다는 인식은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핵심 요인인데요. 특히 금융 서비스와 같이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경우, 정보보안은 서비스 선택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인 디자이너로서 느낀 인도 사용자들의 문화적 · 환경적 특징에 대해 소개해드렸는데요.
다른 문화권의 사용자를 위한 UX 설계는 그들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용자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정보가 없다면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입니다.
사용자의 환경을 깊이 이해하려면 그 환경에 속해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사용자 행동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그들의 필요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꾸준히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결국 사랑받는 프로덕트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밸런스히어로 팀이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과 그 속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볼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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